May 7, 2022

타인의 해석 - 낯선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가?

사건

백인 남자 경찰관이 샌드라 블랜드라는 흑인 여자 운전자의 차를 멈춰 세운다. 차선 변경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면서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담뱃불을 붙였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경찰차 계기반 위에 설치된 비디오카메라에 녹화됐는데, 영상은 두 인물이 거칠게 대화를 나누다가 경찰관이 샌드라 블랜드를 차 밖으로 끌어내는 장면에서 끝난다. 그로부터 사흘 뒤, 샌드라 블랜드는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말콤은 이 사건은 낯선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 채 대화가 틀어지면서 발생했다고 말한다. 책은 이와 비슷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코르테스는 생전 처음 본 아즈텍 인의 말을 잘못 이해해 대학살을 벌였고, 영국 수상 체임벌린은 히틀러를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해 전쟁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방치했다.
지금도 판사들이 믿고 풀어준 범죄자들의 50 퍼센트는 사회에 나와 다시 범죄를 저지른다.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사람이 용의자가 되고, 자살할 사람은 어디서든 자살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사람들은 다리 위에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해

타인의 속내를 몸짓과 말투로 알아챌 수 있는 건 드라마와 영화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 배우들만이 충격적인 현장에 눈을 찡그리면서 입을 벌린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 세계에서도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사례로 등장하는 아만다 녹스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메러디스가 살해된 방에는 내 흔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내 눈동자에서 답을 찾으려 하고 있어요. 당신들은 나를 바라봅니다. 왜죠? 이건 내 눈이에요. 내 눈은 객관적인 증거가 아니에요.
아만다 녹스는 살인 사건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았고 4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전세계 58개국의 사람들에게 진행한 기만에 대한 태도 조사에선, 63퍼센트의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들은 시선 회피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과연 거짓말쟁이가 딴 데를 볼까? 진실처럼 행동하는 거짓말쟁이들의 경우 일반인들은 물론 노련한 조사관들도 정답률이 20퍼센트에 그쳤다.
"우리는 완전히 무해한 사람들이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단지 올바르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교도소에 보내고 있는 걸까? ... 우리는 본인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투명성에 관한 우리의 우스꽝스러운 관념에 위배되는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차별하는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p.227)

상황

음주

알코올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탈억제제"이다. 음주로 인해 억압된 자아가 해방된다는 것이다. 술에 취해 욕설을 뱉고 폭력을 가하는 사건들을 우리는 "직장 내 스트레스", "불우한 어린시절" 등으로 연결지어 생각한다. 하지만 알코올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은 알코올을 근시제로 간주한다.
"많은 사람이 울적할 때 술을 마신다. 술이 근심을 몰아내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억제사고다. ... 하지만 사실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때로는 알코올이 기운을 내게 해준다. 하지만 평소에는 근심 있는 사람이 술을 마시면 그저 근심이 더욱 깊어질 뿐이다." (p.252)
근시 이론에 따르면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술을 마시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술에 취하면 지금 옆에 보이는 것이 증폭된다. 방 안에서 혼자 술을 마실 땐 온 세상이 우울하지만, 야구 경기장에서 술에 취하면 세속적인 걱정에서 벗어난다.
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것 간의 갈등을 조율하는 것이 성격이자 한 개인의 삶이다. 알코올은 억제된 것을 드러내는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를 변형하는 물질이다." (p.255)

고문

테러리스트의 입을 열기 위해 고문의 강도를 올린다. 마침내 그가 복종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것이 진실일까?
"잠을 안 재우면서 용이자한테서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건 대형 쇠망치로 라디오를 때려 부수면서 소리가 잘 나오게 주파수를 조정하는 것과 같아요. 전혀 의미 없는 일입니다." (p.306)
"우리가 우리 사이에 있는 낯선 사람에 관해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확고하지 않다. ... '진실'은 우리가 깊숙이 땅을 파면서 열심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캐낼 수 있는 어떤 단단하고 반짝거리는 물체가 아니다.다. ... 생각 없이 밟으면 뭉개질 것이다." (p.311)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p.311)

결합

첫번 째 질문, 자살 수단의 접근성과 자살률은 연관이 있을까?
두번 째 질문, 성매매 업소들을 단속하면 성노동자 수가 줄어들까?
그렇다.
"결합이란 어떤 행동이 아주 특정한 상황 및 조건과 연결된다는 사고다." 금문교에서 뛰어내리려던 사람은 금문교가 닫힌다고 해서 다른 다리로 가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어짜피 할 사람은 어딜 가서든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우리가 타인을 해석할 때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이다.
한 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50 퍼센트가 전체 거리의 5퍼센트에서 발생한다.
단속이 잦아지면 사람들은 옆동네로 이동해서 활동을 계속하지 않는다.
"성 노동자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가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사람, 즉 경제적 사회적 환경의 포로라고 말하는 것이다. ... 하지만 자신들(성 노동자들)이 보인 행동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할 때 그들이 처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이동은 정말 스트레스가 심했다. 모든 사람이 이동에 관해 말하는 것과 똑같다." (p.343)